statement

‘부재하는 사람들의 상상적 시선 속에 사는 사람들’ _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1984)
오랫동안 막연하게 감각하기만 했던 나의 어떠한 상태를 쿤데라의 문장 속에서 발견했을 때의 강렬한 전율이 기억난다. 시선의 주체가 ‘부재’함에도 불구하고, 대상은 그 시선을 인식하여 행동과 태도와 관념, 감정… 나아가 생각하는 방식까지 변화시키는 현상.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한 사람에게 이토록 분명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 쿤데라의 문장은 내가 작업과 삶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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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이지 않는 것,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을 탐구해왔다. 그것은 사회에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계급이기도,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 구분하는 기준이기도, 불안 이라는 막연한 감정이기도 했다. 계급의 구조 안에서는 상위의 기준에 맞추기를 거절하는 목소리로, 정상성의 구조 안에서는 라벨링에서 벗어나는 몸과 존재로, 불안 앞에서는 막연한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그것을 동반자적 존재로 만드는 방식으로 다루어왔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관심의 초점은 사회의 외부 구조에서 점차 개인의 내면으로 이동했다. 쿤데라의 문장에서처럼, 타인의 시선은 주체가 부재한 순간에도 대상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이미 대상에게 내면화된 기준은 누군가의 명령이나 외부적 요인 없이도 스스로를 판단하게 한다.

부재하는 사람들의 상상적 시선. 보이지 않고, 설명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그것의 존재를 지우지는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들은 보이지 않는 상태로서의 ‘무게’를 지닌다.

‘무게’는 물리적 성질을 뜻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고 설명할 수도 없는 것이 사람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의 내면에 얼마나 중요하게 자리하는지, 얼마나 쉽게 떨쳐낼 수 없는지, 인식과 선택에 얼마나 깊이 개입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보이지 않다는 것이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것과 그것의 무게는 특정한 이미지와 언어로 번역해야만 인식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것을 명료화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설명 가능한 대상으로 축소될 수 있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설명할 수 없는 상태로 남아야 한다.

대신 작업은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지 않는 채로 물질의 세계와 관계 맺는 순간을 바라본다. 불안은 몸의 이동을 제한하고, 부재하는 존재의 시선은 실제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킨다. 보이지 않는 것은 물질을 움직이고, 몸에 흔적을 남기고, 반복되는 행동과 사건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변화와 흔적은 보이지 않는 것의 형상을 재현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 무게를 감각할 수 있게 하는 접점으로 기능한다.